‘청렴 결백’은 경주에 위치한 안압지에서 시작된다. 안압지는 1975년 문화재관리국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발굴되었다. 이 중에서 신라 관인들의 유교적 청렴의식이 관인 개개인에게 내면화되어 관인으로서의 고결함과 자부심을 가진 신라 관인의 유교적 지향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인 ‘월지 206호 목간’이 월지의 대도와 남쪽 호안 사이에서 출토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3만여 점이 넘는 유물 중 안압지 관련 논문에서 자세히 다룬 유물과 경주박물관에 기재된 유물에서 총4점인 ‘辛’ 토기, 주령구, 녹유연꽃무늬 수막새, 금동판삼존불좌상을 골라 이 유물들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청렴이라는 가치를 뽑아내어 공간에 녹여내었다. 대상지의 형태는 안압지의 모양을 사용하여 이 연못을 중점으로 가상으로 조성한 현대적인 공원이다. 대상지의 면적은 약 4,300㎡이고 이에 맞춰 안압지의 스케일을 조정하였다.
청렴결백의 공간구상은 총 4가지로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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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 토기-성찰: 정화의 골목
‘교사’와 관련된 ‘辛’ 토기는 자기 정화의 의지와 책임의식이 깃든 청렴의 도구로써 몸과 마음을 맑게 하고 책임 의식을 강조하여 청결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辛'자의 윗부분 형태를 정자의 형태로 변환하여 사람들이 머물면서 성찰과 자기 정화라는 행위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1.
주령구-만남: 만남의 다복
주령구는 통일 신라시대 주사위로 놀이용 도구이다. 이 주령구를 통해 절제 있는 향락과 청렴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주령구를 구성하는 다면성의 조화는 현대 사회에서도 다양한 사람과 역할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올바른 삶이 갖추어진다는 의미로 나타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령구의 전개도를 안압지 서쪽 다리로 재편성하였다. 이곳에서는 자연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소소한 놀거리를 통해 절제있는 공동체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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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유연꽃무늬 수막새-공존: 공존의 터
녹유연꽃무늬 수막새는 통일신라 건축 유적에서 출토되는 기와 장식 중 하나이다. 이 수막새에서 가장 돋보이는 무늬인 연꽃은 전통적인 청렴의 상징으로써 흙탕물에서 발아하지만 오염되지 않은 채 깨끗하고 아름답게 성장한다. 또한 이 연꽃은 다른 식물들보다 쓰임새가 다양하다 연꽃은 꽃과 잎, 열매까지 버릴 것이 없이 쓰임새가 다양하여 서로의 삶을 이롭게 하는 공존의 가치를 품고 있다. 따라서 연꽃의 연밥과 씨앗을 형상화하여 3개의 소정원으로 공간을 구분 짓고 각각의 부분에 우리나라 자생종인 야생화를 식재하였다. 각각의 소정원들은 꽃의 관상가치가 높은 수종, 털수염풀, 벼과를 중심으로 식재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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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판삼존불좌상-깨달음: 깨달음의 궁극
연못 남단에서 출토된 금동판삼존불좌상은 좌상의 본존불과 입상의 두 협시보살, 원형 광배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본존불의 손모양인 전법수인은 올바른 가르침을 품고 있어 정직함을 사회 공동체에 실천하려 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원형광배와 삼존 구도는 원형은 끊은 없는 정화와 순환을 의미하고 개인의 깨끗한 덕목이 공동체 속에 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원형광배와 삼존구도를 소나무 3그루와 이 나무들의 높이차를 통해 원형으로 만듦으로써 균형과 끊임없는 정화의 조화를 나타내었다. 마찬가지로 전법수인의 왼손과 오른손 각각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높이차를 둔 벤치와 식재 구역으로 나누어 휴게시설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는 절제있는 소나무와 전법수인의 형태인 휴게시설을 통해 청렴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공간구상을 바탕으로 동선을 원형으로 순환하게 하여 끊임없이 청렴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식재 구성도 한국 전통 사찰에서 주로 식재하던 소나무, 배롱나무, 팽나무, 모감주나무, 자귀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들을 가지고 사찰이 지니던 청렴, 올곧음, 겸허함과 같은 전통적 가치들과 정신을 이 공간 속에서 체험하도록 하였다. 안압지 출토유물들과 전통사찰의 식재 구성으로 우리가 잊고 있던 청렴이라는 가치가 떠올랐다. 신라인들은 삶과 신앙의 근간을 청렴으로 삼아 스스로를 정화하고 맑게 다스리려 했으며 동시에 서로를 도와가며 살아가는 동료애를 중시하였다. 이러한 가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각자의 지나친 이기심과 타인과 단절된 개인주의 중심의 사회일수록 투명함과 정직을 기반으로 한 청렴의 가치가 개인의 정신력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심축이 되어 나아가야한다. 따라서 ‘청렴결백’은 안압지에서 출토되었던 유물들을 대상으로 숨은 청렴의 가치를 꺼내어 구체적인 공간이나 행위로 변환하여 단순히 과거의 미덕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 우리 모두가 직면한 단절과 불신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공간의 해법을 제시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